농민도 살리고 국민도 살리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WTO체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20111025 농업담당연구원 류화영

누이좋고 매부좋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전국의 도 ․ 시군청 앞에 쌀산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농민들의 연봉이라 할 수 있는 쌀값이 정부의 쌀값 하락 정책으로 10년 전 쌀 값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쌀값에 농민들의 마음은 과연 내년에도 쌀농사를 지어야할지, 언제까지 이렇게 농사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으로 고통 받는 것은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작년 가을 배추값은 금값, 배추 한통에 15,000까지 올랐다. 올 봄에는 300원으로 추락,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었다. 또 여름에는 많은 비로 배추를 비롯해 거의 모든 채소값이 급등했다. 이렇게 널뛰듯 하는 농산물가격에 대해 정부는 오르면 무관세로 긴급수입으로 대처하고, 떨어지면 농민이 알아서 감수하라는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농산물이 부족하면 수입하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가 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상기후, 농산물투기등으로 인한 세계식량위기가 만성화된 것이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농업에 대한 국가적인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태국은 쌀 국가수매제를 부활하여 쌀 시장가격이 정부의 수매가격보다 높아질 때까지 수매정책을 지속하여 농가소득을 보장한다고 한다. 인도는 식량보장법을 통해 전 국민의 75%(농촌인구의 90%와 도시인구의 50%에 해당)에게 배급체계를 통해 최저가격으로 식량을 공급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먹거리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필요요소이며, 농업은 생명산업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함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다.

농산물 가격폭락과 폭등을 예방하고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국민들에게는 적정한 가격에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실시해야 한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란 먹거리의 기초가 되는 주요 농산물(쌀, 보리, 밀, 콩, 고추, 배추, 마늘 등)을 대상으로 정부의 직접수매, 농협 등 생산자단체를 통한 계약재배 등과 같은 방식을 통해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생산비를 보장하는 품목별 최저가격(하한선)과 국민이 수용가능한 최고가격(상한선)을 설정하여 기초농산물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의 직접수매 및 농협 등을 통한 계약재배 등은 모두 공적 재원을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가 되는 것이다.

국가수매제 WTO체제하에서도 충분히 가능!

현행 WTO체제하에서도 적극적인 가격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그에 필요한 보조금의 총액규모 역시 적극적인 가격정책을 시행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활용할 수 있는 ‘감축대상보조금’(AMS) 규모는 약 1조4천9백억원인데, 지금 당장이라도 2004년과 같은 추곡수매(가격지지정책)를 시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현행 고정 직접지불금은 허용보조금이기 때문에 수매제도(가격지지정책)와 병행실시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WTO가 허용하고 있는 ‘최소허용보조금’도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농업 총생산액 약 40조원의 10%에 해당하는 약 4조원 규모로서 품목 특정 혹은 품목 불특정 방식으로 적극적인 가격정책에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적어도 약 5조4천9백억원 정도가 적극적인 가격정책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의 한도는 전혀 부족함이 없으며, 여기에 고정 직접지불금과 같은 다양한 허용보조금 제도를 결합하여 가격정책과 소득정책을 병행할 수도 있다.

게다가 현재 우리 정부가 가격정책과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예산 및 기금의 규모는 양곡관리특별회계, 농산물가격안정기금, 변동직불금 등 약 3조4천억원이 달한다. WTO에서 인정하는 보조금 총액수준과 우리 정부가 실제 운용하는 재원규모를 볼 때 적극적인 가격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의지이다. 국민의 먹거리와 농민의 생사존망을 시장에 맡길것인가? 국가가 책임질 것인가?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