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세계 평화의 섬으로 발돋움해 나가야 할 제주의 미래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천혜의 땅, 청정바다가 주는 은혜에 기대어 살아온 이 땅 민초들의 삶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미 FTA협상타결로 제주 감귤과 1차 산업이 몰락할 위기에 빠졌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김태환 제주도정은 제주도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해군기지에 공군기지까지 들여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마을 이웃끼리 찬반으로 의견이 갈려 반목하고 대립하며 공동체가 파괴되는 비극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땅 제주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도민으로서, 국민의 의견을 모아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해야 할 책무를 지닌 국회의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도민여러분.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제주에 건설되면 제주는 사실상 군사요새가 될 것입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병참기지와 잠수함전대와 같은 관련기지의 추가 건설이 불가피합니다. 비밀리에 추진하다 문제가 불거지자 ‘남부탐색구조부대’로 이름만 바꾼 공군기지 역시 언제든 전략기지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군사요새화된 제주는 더 이상 ‘평화의 섬’이 아닌 ‘무기의 섬’, ‘분쟁의 섬’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한미 해군의 중추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게 된다면 제주는 우리의 뜻과 무관하게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의 군사 분쟁에 휩싸여 분쟁지역으로 비화되어 버릴 것입니다.
평화는 평화적 방식으로만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평화는 결코 힘의 논리로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를 염원하는 제주도민의 바램을 무시하고 끝내 제주군사기지 추진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4.3사건에 대해 최초로 정부차원의 사과를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4.3영령과 제주도민들의 믿음을 여지없이 파기해 버렸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완전히 뒤바꿀 군사기지를 추진함에 있어서 힘의 논리로 일관했습니다. 무참한 국가폭력으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당한 아픔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는데, ‘안보’를 내세우며 국가권력의 의지를 강압적으로 주민들에게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또다시 비극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하고 유감스러운 것은 제주도민 전체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치고 국방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김태환 제주도정의 작태입니다. 김태환 도정은 제주의 운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사안을 놓고 최선을 다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는커녕 오히려 행정력을 동원하고 언론공세를 펼치며 스스로의 비굴함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합의과정을 밟기를 요구하는 도민의 여론을 무시하며, 오만과 독선이 가득한 김태환 도정을 저는 제주도민의 한사람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도 말로만 제주도를 배려하고 결국은 최대의 희생자로 내몬 노무현 정부.

1차 산업의 붕괴위기에 밤잠을 설치는 제주도민들에게 제주 농어업을 절반가까이 줄이겠다는 반도민적 대책을 내놓는 도정. 주민의 아픔을 헤아려 어루만지기보다 철저하게 의견을 묵살하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는 위정자들에게만 제주의 미래를 맡겨놓기에는 상황은 너무도 심각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외롭게 군사기지 반대운동을 벌이는 도민들의 모습을 보며, 결코 제주지역만의 문제로 국한될 수 없는 제주군사기지 문제에 대해 저는 처절한 책임감을 통감합니다. 오늘부터 저는 제주군사기지가 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갑니다. 단식 기간 중 정치권, 각계 전문가 등 군사기지를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뜻을 모을 것입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제주 군사기지 추진을 둘러싼 분열과 혼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와 김태환 제주도정에 다음의 사항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제주도민에게 또다시 큰 희생을 강요하게 될 제주군사기지 추진을 즉시 철회해야 합니다.
- 노무현 정부는 주민의 의사를 묵살하고 안보우선의 ‘국책사업’이라는 명분만으로 군사기지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 김태환 도지사는 제주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즉시 철회해야 합니다.

2007년 6월 7일
국회의원 현 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