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쌀대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구제역 피해에 대한 형식적, 수박 겉 핥기식 대책이 아닌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농민들이 치욕을 당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민연태 농산경영과장으로부터 "쇼하지 말고 가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올초부터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재난 수준의 피해가 속출했고, 대책마련에는 미온적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가뜩이나 흉흉한 농심에 불을 붙인 것이다.

사태의 경과를 잠깐 정리해보면..

오늘(19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대책, 구제역으로 피해입은 농가에 대한 대책, 쌀대란으로 쌀값이 20년전으로 떨어진 것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 농민단체들이 모여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원래의 계획은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면담을 제안하기로 했으나, 농민들의 속타고 절박한 마음이야 전혀 관심이 없었던건지 장관은 바쁘다며 만날 수 없다고 연락했고, 농민단체들은 장관과의 직접 만남이 아니더라도 농민들의 들끓는 마음을 전달하고자 요구서한을 전달하기로 했다.

허나 문제는 요구서한을 전달하면서 터졌다. 요구서한을 받기 위해 나온 농림부 직원은 민연태라는 농식품부에서 농산경영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서한을 받고 이야기를 잠깐만 할 것을 요구하는 농민들에게 "쇼하지 말고 가라"고 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공무원이, 한 나라의 중앙정부, 그것도 이 나라의 농업과 농촌과 농민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농식품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한 말이라서 더 화가났다. 최근 쌀대란, 이상기후, 구제역이라는 최악의 3중고를 겪으면서 하루하루 고통스럽고 힘겹게 보내고 있는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쇼'라고 말했다니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잠시 후 인터넷을 뒤적거려보니 민연태 농산경영과장이라는 사람은 농업에 대한 책도 쓰고, 이곳 저곳으로 농업에 대한 강연도 하러 다니는 소위 '농업 전문가'더라. 이 사람에게 책을 읽는 국민과 농민, 자신의 강연을 듣는 농민들을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를 생각해보니 더 화가 났다. 제대로 된 농업정책을 요구하는 농민들에게 "쇼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이 나라의 농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서 일하고 있다니..

이쯤되면 그 직원이 나이를 얼마나 먹었고,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이런 민원을 얼마나 많이 겪었으면 그랬냐는 등의 옹호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는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민들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 여러 활동을 하시는 50대 후반부터 70대에 이르는 농민들이 계셨다. 어려운 시기 수십년간 땅을 지키고 우리의 식량,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동하고 싸워오셨던 역사의 산증인들인 그 분들이, 젊은 농식품부 직원에게 그런 망발을 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더 화가 났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당시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전화로 그 상황을 듣고는 너무 화가 나서 트위터에 아래의 글을 써서 올렸다.

"농식품부 민연태라는 농산경영과장이 오늘 농식품부 앞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와 구제역 등 농업현안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농민들에게 "쇼하지 말고 가라"고 했다고 하네요. 너무 화가 나서 할 말이 없습니다-_-+ 이 사람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난 마음을 분출한다는 마음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린건데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분노를 느꼈는지 "그런 놈들한테 내 세금이 쓰인다는게 분통터집니다.", "때려쳐 임마!", "나라가 개판이군", "정신나간 사람" 등등의 의견들을 덧붙여 리트윗을 해주시기도 하고, 그냥 리트윗 해주시기도 하셨다.

이 문제를 그냥 일개 과장의 순간적인 말실수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쇼하지 말라"는 발언이 있은 후에도 사과와 대답을 요구하는 농민들에게 "난 배고파서 밥 먹으러 가야겠으니 길을 비켜달라", "경찰들은 뭐하고 있나? 연행하지 않고.." 등등의 망발을 쏟아낸 것으로 봐서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농민들에게 마음속에 있는 진심을 담아 던진 발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은 과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농식품부, 이명박 정부가 농업, 농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농식품부 직원들 사이에서 "장태평 장관은 농식품부 장관인지 기획재정부 장관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고, 쌀대란으로 쌀값이 20년전으로 곤두박질쳐서 농민들은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데 "2년 동안 쌀농사가 풍작이라 쌀값을 안정화시켜 서민들의 생활안정에 기여했다."고 자화자찬한 이명박을 보면 더 확실해진다. 결론적으로 이 정부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을 지킬 마음이 없다.

수천년간 우리 민족을 먹여 살려왔고, 지금도 우리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농업, 농촌, 농민을 지킬 마음이 없는 정부가 쌀대란, 기후변화, 구제역으로부터 농업과 농민을 지키는 길이 우리의 식량,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임을 외치는 농민들에게 "쇼하지 말고 가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

이제 '쇼'하지 말고 어떻게 되나 끝까지 한번 가보자. 농업과 농민을 지키는 길, 곧 우리의 무기가 될 식량, 식량주권을 지키는데 국민들도 함께 할 거라 믿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