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식량주권∙식량자급율 향상이 대안이다.


20110315 농업담당연구원 류화영



만성적인 식량위기 시대

2007~2008년에 이어 3년만에 또다시 전 세계가 식량위기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USDA의 통계에 따르면 이상기후로 인하여 올해 상반기 세계 곡물생산량의 2%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요량은 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생산량의 약 12%만 무역으로 거래되고 그 거래량의 85%가 5대 곡물메이저에 장악된 현실에서 적은 양의 수급불균형이지만 그것이 미치는 여파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식량위기가 일시적인 생산량 부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는 세어지며 만성적인 식량위기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첫째, 육류소비증가로 인한 곡물소비량의 급증이다. 쇠고기 1kg를 얻기위해 소는 사람보다 12~14kg의 곡물을 소비하니 고기를 많이 먹을 수록 곡물소비량도 급증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석유연료의 대체 에너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농산연료(바이오연료)도 식량소비증가의 큰 축으로 작용한다. 석유가 폭등에 따른 대체에너지라는 명목으로 사람이 먹을 곡물을 자동차가 먹고 있는 것이다. 셋째,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부진이다. 기후변화로 사막화가 확산되고 경지면적이 줄어들며 잦은 기상이변으로 태풍, 홍수, 한파, 가뭄 등이 빈발해 식량생산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넷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 각국의 신자유주의 농업정책과 투기자본의 농락이다.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은 전통적인 식량생산국들에 급격한 시장개방으로 농업기반을 훼손하고, 농민을 몰락시켰으며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는 시장을 장악하고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2008년 당시 세계 37개국에서 식량관련 폭동이 일어났다. TV에서 무장경관이 지키는 가운데 식량을 배급받던 필리핀 국민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필리핀은 1960년대 농업혁명을 이끌었던 나라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와 농업포기 정책으로 세계 식량위기에 무방비상태가 되었으며 폭등한 식량구입을 위해 도시노동자 월급의 50%를 써야 하고, 학교급식에서 배급받은 먹거리를 집에 가져와 가족이 연명하는 불행한 처지가 되었다. 모자란 쌀은 사먹으면 된다는 안이한 농업정책이 불러온 결과였다.


이명박 정부의 한심한 대안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식량문제에 대한 대안은 참으로 안일하다 못해 한심하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은 쌀을 포함하여 26.7%에 이르고 있다. 25%를 국내자급으로 유지하고 해외농지개발을 통해 25%를 더하여 50% 수준에서 식량자급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장기적인 계획이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농업개발사업을 시작하여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탄자니아 등 올해까지 9개국에 22개 농업관련 기업• 개인이 진출할 계획이고 이미 100만ha가 넘는 농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해외농지개발을 통한 농산물도 WTO 규정상 어차피 수입농산물로써 해당국가의 규제를 받아야 하고, 또 기상이변이나 전쟁,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발생할 시 안전하게 국내로 유입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정부의 또 다른 대책은 국제곡물조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곡물 거래시장이 있는 시카고에 직접 국제곡물회사를 세워 국제 곡물메이저에 휘둘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싼 값에 주요 곡물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식량위기가 발생하고 주요 수출국들이 자국곡물에 대한 수출금지조치가 내려진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책이 될 것이다. 그 외 정부대책은 GM개발 및 상용화 추진이다. 그러나 GM농산물은 인류와 환경∙생태계에 대재앙을 가지고 올 수 있으며, 다국적 농관련 기업들이 자신들의 지적재산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이 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식량위기 대안

식량위기에 대한 대안은 식량주권을 명시하고, 국내 식량자급율을 높이는 것만이 최선이다.

현재 호주416%, 프랑스 203%, 미국 172%, 덴마크 136%, 독일 106%등 많은 선진국들이 식량을 자급하고 있다.

그리고 제3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식량주권이 전 세계를 먹여 살 릴 수 있고, 식량위기의 실질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식량주권의 개념을 헌법 속에 포함시키는 나라들도 있다. 아프리카의 말리, 아시아의 네팔, 라틴아메리카의 볼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이다. 이들 나라들은 헌법에 기초하여 법안을 정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일본은 식량위기의 시대라는 인식속에서 자급을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삼고있다. 1999년 식료농업농촌기본법을 제정하고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0년 기본계획을 통해 쌀에 대한 자급율 목표를 식용 100%를 유지하고(전체 96%), 소맥, 대맥, 대두는 생산증대를 전제로 자급율 목표를 상향조정하고, 사료자급율도 생산증대를 통해 38%로 상향조정했다. 정부차원의 목표치설정과 그에 따른 생산기반조성은 물론 식량자급율 향상을 위한 국민운동으로 ‘Food Action Nippon'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국내흐름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농업선진화정책으로 농협을 거대금융화하고, 구제역 대재앙을 농민책임으로 전가하며 수입축산물로 국내 축산을 무너뜨릴 궁리나 할 게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식량주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농∙축산물에 대한 식량자급율 목표치를 법제화 함으로써 그에 따른 안정적인 생산기반과 소비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