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쇄를  막기위한 투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민간병원에서 일하던 의사가 말로만 공공의료를 외칠게 아니라 실제로 공공의료를 위해 일하겠다 마음먹고

공공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며 공공의료가 왜 필요한지를 절절하게 쓴 이야기 입니다.

기사 그대로 회원들과 함께 강독하시면 좋겠습니다.

 

 

공공병원 환자의 목숨값은 얼마입니까”

서울 동부병원 의사 이보라씨의 편지

저는 진주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 근무한 지 1년가량 된 내과 전문의입니다. 이전에는 이 병원과 비슷한 규모의 민간병원에서 3년 동안 있다가, 공공의료가 중요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공공의료를 위해 일해 보자는 생각에 급여가 줄어듦에도 이곳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이 병원에서 일하면서 겪는 가장 특징적인 점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환자군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아 지하철역이나 거리를 헤매는 환자나 각종 복지시설을 전전하는 환자,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환자들이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환자들의 특징은 실제 나이에 비해 20년은 더 늙어 보이고, 치아가 아예 없는 환자도 많은 등 같은 환자라도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라면 올 수 있는 합병증은 다 가지고 있고, 폐결핵이면 결핵으로 폐가 거의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물론 중증의 영양실조 상태인 경우도 많습니다. 공공병원의 또다른 특이한 점 가운데 하나는 응급실에 목욕실이 있다는 점입니다. 도저히 그냥 입원시킬 수 없는 환자들을 씻기고 입원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환자의 질병 치료는 물론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 혜택을 받게 하는 일도 필수입니다. 질병 치료 과정에서도 민간병원과 달리 진단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건강보험 혜택이 되지 않는 검사나 치료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저의 경우에는 폐에 물이 차서 흉관삽입술을 하면 흉관 재료비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에 청구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외래환자 중에는 대학병원이나 민간병원의 특진비 및 건강보험 적용 외 검사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진료비가 적게 드는 이곳을 찾는 서민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돈 벌 궁리만 하는 민간병원, 절대 공공병원 역할 못해”

“지원금 줘 공공의료사업 넘기면그걸 선전수단 삼아 이윤 쫓을것특진비 등 감당못한 서민들이진료비 적게 드는 이곳을 찾아공공병원 반드시 지키고 키워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강성노조 때문에 진주의료원을 폐쇄한다고 하던데, 우리 시대의 가장 가난하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환자들―그래서 때로는 의료진에게 폭언을 하기도 하고, 결핵이나 옴 등 감염병을 옮기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지도 돌보지 않는 소외된 환자들―을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간호해온 사람들이 바로 홍 지사가 말하는 강성노조의 실제 모습입니다. 아픈 사람을 두고 돈 벌 궁리만 하는 민간병원들은 절대 공공병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지원금을 줘서 공공의료사업을 넘기면 그것을 이용해 병원 선전 수단으로 삼고 이윤을 추구할 것입니다.

지금 제가 진료하는 환자 가운데에는 50살 남자인데 키 170㎝에 몸무게가 39㎏인 분이 있습니다. 양쪽 폐의 윗부분 거의 전부를 침범한 활동성 폐결핵으로 한달째 입원중입니다. 이 정도 저체중이면 결핵약을 써도 약효가 날 때까지 환자의 체력이 버텨주지 못하기 때문에 입원 초기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사업 실패와 가족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져 혼자 고시원에 누워 지내면서 먹지도 않다가 결핵에 걸린 이 사람은 공공병원이 아니었으면 결핵과 영양실조로 이미 사망했을 것입니다.

또 제 환자 가운데 얼마 전 간암으로 사망한 52살 남자도 있었습니다. 혼자서 길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장사 등을 하며 살다가 우리 병원에서 약 넉달 전에 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가 이웃 사람에게 20만원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자 복통이 더 악화됐다며 입원했습니다. 암이 워낙 진행된 상태라 암으로 인한 통증을 줄이고 간암 때문에 배에 물이 차 이를 빼주는 시술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가 갑자기 외출을 하겠다고 나가더니 그 이웃 사람과 말다툼을 하고 손목을 긋는 자살 시도를 한 뒤 다시 병원에 실려왔습니다. 끊어진 손목 인대를 연결하는 수술을 받고 깨어난 환자는 저를 보고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의뢰를 받은 정신과 선생님은 이 환자가 자살을 다시 시도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 정서적 지지를 많이 해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환자는 말기암 환자로서 보존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인대를 수술한 부위가 다 아물었는데 실밥을 뽑은 며칠 뒤 사망했습니다. 임종이 임박했을 때 원무과에서 백방으로 수소문해 환자의 아버지를 찾아 연락했으나 그 사람은 ‘나는 그런 아들 둔 적 없으니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해 장례 절차를 주민센터에 의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걸 돈으로 평가하는 시대이니까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이 사람들의 목숨값은 얼마입니까? 죽을병에 걸렸으나 가난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겪는 고통과 좌절을 치유하고, 장애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자살 혹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는 공공병원에 1년에 30억~40억원의 적자분을 지원하는 게 마냥 아깝기만 하십니까?’

제가 있는 병원도 그렇고 아마 모든 공공병원들이 ‘노숙인 병원’ 혹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는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지킴이’로 공공의료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환자가 됩니다. 환자가 됐을 때 그 누구나 병원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의료의 공공성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더 키워 나가야 합니다. 현재의 의료체계에서는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오히려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저는 고작 이렇게 외칩니다. “진주의료원을 살려주세요! 공공병원을 지켜주세요!”

 

이보라 서울시 동부병원 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