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농식품부 예산안, 이것은 농정대전환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2026년 농업예산을 발표했다. ‘새 정부 농정대전환, 농업예산으로 뒷받침!’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였다. 그러나 떠들썩한 제목과는 달리 구체적인 내용에서 ‘농정대전환’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변화가 기존 정책에 편성된 예산을 증액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선 농식품부는 식량안보를 위해 전략작물직불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략작물직불은 결과적으로 주식인 쌀의 생산을 줄이는 일이다. 더욱이 쌀이 다른 작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많다는 점에서 다른 작물의 식량자급률을 다소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식량자급률에는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식량안보 강화라는 목표와는 정반대의 대책인 것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농가소득안전망과 재해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며 수입안정보험과 농작물재해보험을 확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험을 실제로 운용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농협손해보험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인 농협손해보험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보험을 운용하는데, 투여되는 정부 예산만 늘어난다고 국가책임을 강화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더욱이 농협손해보험이 이러한 보험을 운용하면서 발생한 폐해가 많다. 윤석열이 졸속도입한 수입안정보험은 아직 품목도 적을뿐더러, 기준가격과 평년 생산량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를 두고도 이견이 많다. 농업재해보험 역시 시행 20년이 넘었음에도 불합리한 요율 할증, 비현실적인 피해율·보상률 산정 등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농민들은 보험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재해를 책임지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농촌공간 정비, 빈집 철거 등 허울만 좋은 ‘송미령표’ 농촌정책도 계속된다. 신규 사업은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농촌대청소 사업’이다. 농촌문제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농촌인구가 줄어드는 이유가 농촌에 빈집이 있기 때문인가? 농촌에 영농폐기물이 방치되었기 때문인가? 농촌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농업소득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며, 농촌지역에 교육·의료·돌봄 등 기초적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채 오히려 송전탑과 폐기물처리장과 같은 도시의 혐오시설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본질은 내버려둔 채 변죽 울리는 예산만 편성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농어촌기본소득은 전국에서 6개 군에서만 도입된다. 시범사업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적은 숫자다. 농어촌기본소득 예산을 농업예산에 편성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인 필수농자재 지원을 비롯하여 비룟값·전기요금 등 생산비 지원예산 또한 편성되지 않았고, 최근 통과된 농안법의 농산물가격안정제 관련 예산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그밖에도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를 통한 유통개혁, AI와 스마트팜 확대를 통한 기업에 대한 농업개방 등 기존 농정의 틀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그나마 사상 처음으로 농업예산이 20조 원을 넘겼다는 점, 초등학생 대상 과일간식 지원 재개 등 영양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지원이 강화되었다는 점, 삭감되었던 재해대책 예산이 일부 확대되었다는 점,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예산이 확대되었다는 점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농정대전환이 아니다. 대전환은 고사하고 전환조차 아니다. 기존과 똑같이 쌀 감산을 전제로 한 식량정책, 기존과 똑같이 보험에 의존한 소득·재해정책, 기존과 똑같이 변죽만 울리는 농촌정책이 어떻게 전환이란 말인가. 진정한 농정대전환의 출발점은 식량주권과 농민권리 보장이다. 농식품부는 규모 조금 늘린 예산으로 농정대전환 운운하며 농민을 기만하지 말라.
2025년 9월 4일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