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선언문
전국여성농민위원회 결성선언문
이 땅의 농민해방과 민족민주운동을 위해 힘찬 전진을 하는 4백만 여성농민!
천만 농민!
7천만 국민여러분!
이제 우리 여성농민들은 지난 긴 세월의 억압과 굴종의 사슬을 끊고 역사의 당당한 주인으로 나서기 위한 조직통일, 단결의 첫걸음 전국여성농민위원회의 결성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우리 여성농민은 항상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민족의 양식을 생산해 왔으며 역사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끈기있는 힘을 지닌 민족의 어머니입니다. 또한 농민해방과 전체 민족민주운동에 주체세력으로 굳게 자리하기 위해 크고 작은 실천으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여성농민이 처한 지금의 현실은 가중되는 미국의 수입개방 압력과 독재정권의 일관성 없는 농업․농민정책으로 천만 농민형제들은 최대 생존위기에 서 있으며 더욱이 여성농민들은 농한기, 농번기 구별없는 장시간 노동과 출산, 육아, 가사일로 몸을 돌볼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며, 농촌사회에 아직 크게 영향을 미치는 봉건적 관습으로 인해 여성노민들의 권익과 인간적인 대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농민의 정서를 찌들게 하고 생활의 조그마한 여유조차 없게 합니다. 사회복지라는 미명하에 시행되는 현 정권의 국민 회유 정책인 탁아소건립, 노후생활보장, 비싼 의료보험, 문화시설 등은 기만적이거나 도시에 편중되어 있어 농촌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80년대 들어 여성농민은 흐트러졌던 모습을 추스려 무지했던 시대를 불사르고 벗겨지는 고무신을 새끼줄로 칭칭매며 여성농민의 빼앗긴 자주성을 찾기 위하여 조직건설과 실천의 장에 나섰습니다.
소싸움, 수세폐지, 고추수매쟁취, 쌀값보장, 전량수매쟁취의 함성에 힘을 더하여 자주적 여성농민과 민족의 어머니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400만 여성농민여러분
이제 우리의 갈 길은 하나입니다. 여성농민의 단결과 끊임없는 실천만이 우리 앞에 놓여 있으며, 농민해방과 민족해방의 그날을 앞당겨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각 마을, 면, 군, 도의 여성농민조직을 기반으로 한 전국여성농민위원회는 이 땅의 자주, 민주, 통일과 여성농민의 인간다운 삶을 이룩하기 위하여 여성농민대중의 당면투쟁을 지원하고 자주적 여성농민 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힘차게 전진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첫째, 여성농민의 자주적 조직화를 돕기 위한 조직, 교육활동을 적극 펼칠 것입니다.
둘째, 여성농민의 과제별 실천 활동을 돕기 위한 조사, 선전활동을 실시할 것입니다.
셋째, 농민운동의 통일단결과 결속을 강화하고 전체 민족민족운동과 연대를 모색키 위해 공동실천 및 연대활동을 벌일 것입니다.
전국여성농민위원회는 여성농민해방을 가로막는 제국주의자들과 군사독재, 여성농민을 억압하는 모든 제도에 한 치 양보없는 투쟁으로 맞설 것이며, 7천만 민중들과는 더없이 넓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험준한 산, 깊은 강물도 같이 넘고 함께 건널 것입니다. 또한 여성농민권익과 해방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며, 명실상부한 전국적 조직으로 분열을 막고 단결된 목소리, 단일한 대오로 나설 것을 적극 요구할 것입니다.
온갖 고난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온 전국의 여성농민 여러분!
압제자들에 의해 닳고 헤어진 손 맞잡아 이제, 전국여성농민위원회의 깃발을 치켜올려 여성농민해방과 민족민주운동의 승리를 위해 힘차게, 힘차게 진군합시다.
1989년 12월 18일
전국여성농민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