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쌀협상 국정조사'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기자]
“쌀이외의 품목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정부의 ‘협상’전략이었다. 쌀이외는 품목도 포함됩니다라고 광고하는 협상이 어딨나. 내가 보기에는 양자적인 부가
합의사항이 우리 농업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최소화하는 노력이었다.”
최근 지난 해 쌀협상 과정 중 쌀이외의 품목인 중국의
사과. 배 등의 검역간소화 조치 등 ‘이면합의’ 의혹에 대해 3일 열린 ‘쌀협상 국정조사’ 긴급토론회에서 외교통상부 이재길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대사는 이같이 해명하며 “모든 것은 국정조사에서 밝혀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에서 송기호 변호사는 쌀협상 ‘양허표’의 내용과 법률적 효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뒤, ‘이면합의’ 의혹이 대두된
‘양자간 합의문’ 공개를 요구하고, 통상문제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조했다.
양허표는 협정 당사국이 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일정을
담은 문서이며, 쌀협상 과정 중 정부가 중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인도, 이집트와 맺은 ‘양자간 합의문’ 영문 서명본은 ‘국익’을 이유로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쌀협상의 국정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양자간 합의문 원본 문서가 전면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토론회에서 농림부 배종하 국제농업국장과 이재길 대사는 협상 ‘당사자’로서 송 변호사의 발제를 조목조목 반박해 주목을 끌었다. 또한 한국사이버대
박덕영 교수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박웅두 정책위원장 간 팽팽한 ‘시각차이’도 노출됐다.
송 변호사는 쌀협상 양허표에 나와 있는
주요 영문 텍스트를 해석하며 ‘통상실패’라 지적했다.
▶ 송기호 변호사.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기자]
‘2015년 쌀 전면 개방에 대한
최종적이고 구속력 있는 합의’(쌀협상 양허표 제2항)에 대해서는 “국회가 비준동의를 비준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외국쌀이 2015년부터 전면 수입
개방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할 WTO법상의 의무를 가진다”고 주장했으며, 4.3항의 의무수입량(MMA)에 대해서는 “정부 발표
MMA량보다 더 많은 외국 쌀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6.2항 수입쌀 유통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미국산 수입쌀의 판매
활동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수입 정부미를 국산 정부미보다 더 우대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면합의’ 의혹이 있는 양자간 합의문의 경우 “막연한 국제관례 혹은 국익이라는 일반적 사유는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영문 서명본의 공개를 요구한 뒤, “국회가 통상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실현할 입법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길 대사는 “협상을 가능한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협상과정 중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농업협상에서 우리는 항상 수비적 입장인데 과연 우리를 도와줄 나라가 있겠느냐”며 협상전략임을 강조했다.
▶ 외통부 이재길 DDA협상대사.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기자]
이 대사는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2004년까지 재협정을 맺지 않으면 자동으로 관세화 의무과 부과된다는 이른바 ‘자동관세론’ 논란에 대해 “2004년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관세화 의무로 해석돼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2005년 관세의무가 발효되므로 국회가 비준동의만 해주면 관세화가 유예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자동관세화론’에 지난 해 전농은 상대국의 무리한 요구를 정부가 과도하게 해석한 것이라며 수차례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농림부 배종하 국제농업국장은 “개도국 지위에서 협상을 벌인다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 달라”고 토로한 뒤, 의무수입량이
발표보다 더 늘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의무 수입량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수입쌀에 대한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수입쌀을 시중에 한 톨도 팔지 않는다는 것은 수입쌀에 대한 차별”이라며 “만약 이 문제를 가지고 미국이 제소하면 우리가
이기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전농 박웅두 정책위원장은 이번 쌀협상에 대해 “정부가 식량자급을 중심에 둔 농업정책의 의지가
과연 있는지 농민들이 의심스러워 한다”며 ‘이면합의’ 의혹으로 인한 농민들의 통상농업정책 불신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한국사이버대
박덕영 교수는 협상 ‘비공개’에 대해 “어떤 나라의 요구는 더 많이 들어주고 어떤 나라 덜 들어주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협상 기술상의
문제라고 본다”며 협상의 전면 공개보다는 일부 공개가 ‘국익’을 고려하는 측면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일방 방청객 100여명이 참가해 쌀협상
'이면합의' 의혹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기자]
이날 토론회는‘농어업회생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대표 한화갑)이 주최했으며, 쌀협상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안한 이규택, 김영덕, 홍문표, 이상배, 권오을, 한화갑, 김낙성,
강기갑, 최인기 의원이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