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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연합활동


12월 29일 본회의에서 발언하고자 준비한 신상발언 원고입니다.


신 상 발 언
주요 내용


2004. 12. 29


・쌀・은・생・명・입・니・다・
국회의원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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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발언


안녕하십니까?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부의장님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 강기갑의원입니다.


오늘 저는 참으로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으려는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어제(12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최악의 내용으로 쌀협상을 종결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부는 스스로 정한 시한에 쫓겨 협상상대국들과의 협정문도 마련하지 않고 국회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내일(12월30일) WTO에 ‘우리측 양허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불행이도 어제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정부의 최종 방침에 대해 이곳 의사당 본회의장에 있는 국회의원 중 정확한 협상내용을 아는 의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은 헌법이 조약의 체결과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협상의 정확한 내용을 국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국회 역시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본 의원은 침통하기만 합니다.

그동안 농성, 농기계 시위 등 쌀 전면재협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절규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지금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콘크리트 바닥위에서 농민대표 50여명이 벌써 8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나주시에서는 주민의 91.52%가 투표에 참여하여 94.6%가 정부의 쌀협상안에 대해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같은 국민적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정부의 강경입장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입니까?


지금부터 지난 8개월여 동안 정부의 쌀협상이 어떠했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가지고 말씀 드릴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쌀협상으로 의무수입물량은 현재 20만5천2백톤(4%)에서 40만8천7백톤(7.965%)으로 99%나 증량되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금지되었던 소비자시판이 30%나 허용되어 이제 동네 슈퍼에서도 수입쌀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비자 시판이 불허되고 지금의 반밖에 수입되지 않던 상황에서도 쌀값 폭락이 빈번이 발생하고 수입쌀 불법유통이 활개쳤는데, 수입물량이 99%나 증가되고 소비자 시판까지 허용된 상황에서 과연 우리 쌀농업이 유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관세화를 하지 않기 위해 협상했던 것인데, 관세화하는 것만도 못한 협상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번 협상을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상은 과거 한중마늘협상, 한중한일어업협상에서 보여주었던 우리 정부의 협상모습을 똑같이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극히 비자주적이고 소극적인 협상전략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을 자초했습니다.

정부는 WTO농업협정문에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년내 협상타결이 되지 않으면 관세화개방된다’ 는 우리측에 매우 불리한 해석과 협상전략에 기반하여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입장을 협상시작전부터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상대국들의 무리한 요구를 자초하였습니다.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비준동의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에 협력을 구하기는커녕 그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 보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8개월여 동안의 협상과정에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의원들이 협상내용에 대해 비공개라도 보고하라고 수차례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독단적 협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상대국의 과도한 요구에 직면하여 무리하게 협상을 종결지을 것이 아니라 협상기한을 연장하여 국가적, 국민적 의사의 결집 및 국회와의 협력속에 협상력을 배가하여 계속 협상하라’는 각계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9개국과의 협정문도 작성하지 않았고, 상대국과의 합의사항에 대한 국회의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정한 협상시한에 쫓겨 양허계획서를 WTO에 제출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헌법위반 이라고 본 의원은 주장합니다.

헌법 60조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2015년 이후 외국쌀을 전면개방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현재 외국쌀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는 입법사항이 수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바로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하는 내용이 협상결과에 포함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내일 WTO에 통보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정부는 국회의 의사도 묻지 않았습니다.

저는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경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내일(30일) 기어이 우리측의 양허계획서를 WTO에 제출한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저는 정부가 헌법재판소까지 가서 위헌소송에 휘말리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방침을 변경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오늘 제가 더욱 참담함을 느끼는 것은 이 같은 정부의 협상내용에 대해 우리 국회가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통상교섭권이 의회에 있다고 합니다.
행정부가 협상한 내용에 대해서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합의문에 최종서명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왜 이겠습니까?
대통령과 정부의 자의적인 외교통상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우리측의 쌀개방 이행계획서를 내일 WTO에 제출한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정확한 협상내용은 물론이고 양허계획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원 여러분!
지금 국회에는 지난 12월 8일 여야의원 76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쌀 전면재협상 촉구결의안’ 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의안이 결국 휴지종이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정부가 우리측의 쌀개방 이행계획서를 WTO에 제출하게 되어 있는데, 국회는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사태를 어떻게 이해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것이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지금 경향각지에서 단식과 농성과 시위로 쌀 전면재협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농민들에게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저는 낯을 들 수 조차 없습니다.

의원여러분!
마지막으로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뒤늦게나마 행정부에서 국회의 동의과정을 내년초에 가질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국회가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권리를 올바로 행사하여 잘못된 협상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회비준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난 8개월여 동안 행정부 독단적으로 이루어진 협상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잘못된 협상은 바로잡는다는 전례를 반드시 세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원여러분!
저의 이같은 요청을 강기갑 개인의 요구라고 생각지 마시고 민족의 생명이요, 어머니인 350만 농민 전체의 절박한 요구로 여기시고, 이제 더는 국회가 직무유기니, 농업을 외면한다는 등의 비판을 받지 않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2004년 12월 29일
국회의원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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