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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연합활동



여러가지로 복잡하였습니다.
여성농민회 독자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탓에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총화 체계의 문제라든가, 집행 책임의 문제 등이 곳곳에서 불거졌습니다. 그러나 여성농민회 집행부들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만은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애초에 여성통일선봉대가 부여에 도착하는 시간을 저녁 9시쯤으로 생각하고, 모든 회원들에게 신신당부하여 부여읍 신기리 마을회관에 모이자고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9시에서 10시로, 또 10시에서 11시로 시간이 늦춰지는 가운데 뜨거운 밭일에 지친 회원들은 하나 둘 돌아가고, 결국 통일선봉대가 도착한 12시경에는 7~8명의 회원과 몇명의 부여군농민회 집행부만이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피곤하시쥬~
다음날은 부여군 규암면에서 진행되는 "쌀개방 찬/반을 묻는 농민투표"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새벽 5시에 규암면에 모인 통일선봉대 대원들은 모두 눈이 충혈되고, 졸음을 채 쫓아내지 못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급기야! 전날 밤 투표진행 방법을 설명하고, 당일 각자에게 주의사항을 적은 유인물을 배포하였음에도 불구, 한 마을 투표를 몽땅 무효표로 만들뻔한 사건에서부터 크고작은 실수가 몇건 발생했습니다.(이런 거 밝히면 안되는건가?^^)


밥대신 닭죽이라는데...
투표와 개표가 끝나고 다시 신기리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여성농민회 회원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닭죽을 대접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그러하듯이 우리 회원들은 좀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시쳇말로 밥대신 닭죽이라는데 흉이나 보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말 맛있게 먹어주고 평가때도 몇번이나 맛있었다는 통선대 대원들의 말에 기우는 사라지고 무척들 뿌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부여군여성농민대회! 역사의 첫페이지를 여성통일선봉대와 함께하다.
그렇습니다. 부여군여성농민대회. 언젠가는 해야겠지... 하면서도 쉽게 실현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일을 해낸 것입니다. 물론, 여성회원들보다 통선대대원의 숫자가 더 많았지만, 직접 대회 식순을 짜고, 사회를 보고, 문예공연을 준비하고, 정치연설을 하고, 부여민주단체연합 등 외부 인사를 섭외하고, 서투른 구호를 외치고, 밤에 기다리다 돌아가서 걱정했던 회원들이 참여해 준 것. 이글거리는 낮 2시의 태양을 온몸으로 견디며 치러낸 집회의 모든 것이 긴장했던 만큼 벅찬 감동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가지 에피소드!
준비한 음향시설에 시디 플레이어가 없어서 통선대의 율동을 관람하는데 차질이 생길뻔 했습니다. 급한대로 생각한 것이 집회 장소 바로 앞에 있는 농협 판매장의 내부 음향시설을 사용하는 것! 소리가 작은 것이 흠이었지만 통선대는 훌륭하게 춤을 췄고, 대회에 참여한 모두가 기쁘게 그것을 즐겼습니다. 통선대 대원들은 그런 일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신기한(혹은 어이없는) 모양이었고, 우리는 그런 통선대의 반응이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참말, 왜 이러는겨~???
집회 이후에는 마침 부여 장날이라 장터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했는데, 우리 회원들은 보통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서명작업을 진행한 반면, 통선대 젊은 친구들은 다수가 벽에 부딪친듯 합니다.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장사꾼 중에는 두 종류(직접 키운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서 파는 사람들과 장마다 돌아다니는 일명 장똘뱅이)가 있는데, 대체로 통선대는 후자를 겨냥한 듯 하구요, 또 하나는 농촌의 나이 많은 사람과 도시 지역 젊은이의 의사소통 방식이 다른 듯 합니다. 참말 답답했을거구먼유.


이미 정신 바짝 차렸는데이~~~
통선대가 도착한 밤, 그리고 농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모인 새벽, 개표장에서 다른 마을 투표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던 모습은 원기회복 닭죽을 먹고, 집회를 마치며, 서명운동을 하면서 어느샌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나이가 쬐금 먹기는 했지만 "순결한 철의 전사 통일선봉대" 그 모습 자체였습니다. 이제는 그 패기를 안고 "구드래 공원"까지 행진을 할 차례. 정말로 좀전까지는 대구보다도 더 더웠는데(증인 확보됩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소나기라고 하기에는 좀 서운한... 그렇죠, 게릴라성 집중호우라고 할 만한 엄청난 비가 쏟아졌습니다. 아~ 이제 정말 뭔가 제대로 해볼만 했는데... 아쉽게 발길을 농민회 사무실로 돌려야 했습니다.


아쉬운 작별, 8.15 대회에서 재회할 것을 다짐하며...
농민회 사무실에서는 전원발언의 형식으로 1박 2일간의 활동 평가와 소감 발표를 했습니다. 정리를 하기는 좀 어렵구요...짧은 시간, 짝을 잃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삐그덕대며 조금씩 전진했지만, 어느새 정이 많이 든 모양이었습니다. 서로에게 미안함, 감사함 그리고 결의를 나누는 장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사람들이 통일선봉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통일 얘기는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함께한 여성농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8.15대회에서 다시 만나자면서 어느새 연락처를 주고받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요... 세련되게 잘 해야만 맛인가요...
그렇게 실수도 하고, 보듬어도 주면서 채워가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며 남겼던 통선대의 다짐처럼, 또 부여군여성농민회의 간절한 바램처럼 부여에서의 활동이 통선대에게 힘이 되었기를... 그리고 무사히 남은 일정 마치고, 8.15대회 때 꼭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이상 부여에서 통신원 황우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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