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생태학과 농민의 종자에 관한 제1차 국제회의 선언문
2012년 11월 6일-12일
태국 수린
비아 캄페시나 9개 지역 회원단체를 대표하여 참석한 국제대표단들이 아시아 태국 수린에 모여 농생태학과 종자에 관한 제1차 국제회의를 진행하였다. 이 회의는 농생태학과 종자에 관한 경험을 공유하고 전략과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농생태학과 종자는 식량주권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주제라는 총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회의 장소로 태국을 선택한 이유는 현재 태국에서는 소농들로부터 녹색 혁명식 모델에서 생태농업으로 전환하는 운동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대표단들은 "소농의 생존이 전 사회의 생존"이라는 기치로 농생태학 운동을 점차 확산시키고 있는 태국 농민들을 지지한다. 이 회의를 통해서 국제 대표단들은 소농에 의한 농생태학을 강화하고 있는 태국 농민들의 경험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향후 과제를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농생태학이 식량주권의 초석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농업이 기업이 만드는 투입재에 의존한다면, 식량과 토지의 상품화와 투기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공동체에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지 않으면, 식량주권을 실현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농생태학, 유기농업, 자연농법, 저투입 지속가능한 농업 등 농생태학적 농업방식을 지칭하는 수많은 이름들이 있으나, 비아 캄페시나는 그 이름이나 명칭에 대해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비아 캄페시나 운동이 지키고자 하는 농생태학적, 사회적, 정치적인 핵심 원칙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비아 캄페시나가 생각하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농민의 농업은 전통적인 소농의 방식을 회복하고 농생태학적 방법들을 새롭게 혁신하며, 영토와 종자를 통제하고 지켜내며, 사회적 평등과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지켜내는 것이다. 또한 녹색혁명식 농업 방식을 이러한 운동으로 전환하는 모든 농민들을 환영하는 바이다.
화학적 투입재에는 자유로우나 봉건적 토지 소유 방식은 농생태학이라 할 수 없다. 여성들의 의사결정력이 존재하지 않는 남성에 의해서만 통제되는 농장이나 여성들의 작업량이 높아지고 있다면, 이것 또한 농생태학적 방식이 아니다. 단작화의 체제를 유지한 채, 대중적으로 "유기적" 상표를 붙이는 방식 (예를 들어 치아파스 유기농산물) 과 같은 비싼 화학 투입제를 비싼 유기 투입제로 대체하는 유기농업도 비아 캄페시나는 강하게 거부한다.
지난 4년 동안 비아 캄페시나의 경험과 실천과 평가에 근거했을 때 농생태학이야 말로 식량주권과 민중의 주권을 건설하는데 있어서 전략적 부분임이 분명하다.
농생태학은 인류가 직면한 주요 과제에 전 지구적으로 본질적 해답임을 우리는 이해한다.
먼저 소농은 다양한 농생태학적인 방식을 통해서 현재와 마찬가지고 인류를 먹여살릴 수 있으며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농기업 체계가 생산성이 보다 높다는 널리 알려진 통념과는 달리, 생태학적 방식이 단작화보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더 높고 더 건강하고 영양이 더 풍부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과 직접 관계 맺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두 번째로, 농생태학은 환경적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농생태학적 방식으로 소농의 농업은 토양에 탄소를 보유하고 소농과 가족농에게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증가하는 자연재해에 적응하고 회복할 자원들을 제공한다. 농생태학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 변화의 핵심인 석유 의존적 에너지와 농업의 관계망을 변화시킨다.
세 번째, 농생태학은 공공재와 집단성을 지지한다. 농민과 도시민에게 보다 나은 삶의 조건을 제공할 뿐 아니라 식량주권과 대중 주권의 중심으로써 농생태학은 토지와 물, 종자와 지식이 인류를 위해 쓰이는 민중의 유산으로써 회복되어지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농생태학을 통해서 우리는 지배적인 식량생산모델을 변화시키고, 농업의 생태계를 회복하며, 자연과 사회의 신진대사적 기능이 재형성되도록 하며, 자동차가 아니라 인간을 먹이기 위한 농산물을 수확하게 된다. 필리핀의 농민들은 이를 "경제를 위해, 건강을 위해, 자연을 위해"라고 이야기 한다 .
소농과 가족농인 우리에게 농생태학은 또한 초국적 기업과 지배적인 농수출 모델에 대항할 수 있는 도구이다. 현재의 농업자본과 금융자본으로부터 기술적, 경제적 자립을 하지 않으면 기업들에 의해 구축된 억압적 구조로부터 우리 농민들은 결코 해방될 수 없다. 또한 미국의 경우처럼 농장 노동자들이나 다른 농업 관련 노동자들의 상황에 비추어봐서도 자본에 의해 노예화되어 있는 이러한 노동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농생태학과 식량주권은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농생태학은 자본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평등한 새로운 사회시스템에서 사회정의를 건설하는 핵심이 된다.
농생태학은 민중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농업 개혁 투쟁에 있어서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토지를 되찾기 위해 투쟁해 온 무토지 농민들, 브라질이나 짐바브웨에서 토지 개혁을 통해 토지를 분배받은 농민들은 농업을 지켜내고 지속시키기 위해, 또 자신들의 가족들 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농생태학을 실천하고 있다. 따라서 농생태학를 바탕으로 한 토지 개혁은 소농과 가족농들이 전체 사회 구성원들에게 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아르헨티나의 "우리가 토지의 일부이자 민중을 먹여살린다"의 구호는 이러한 활동에 확신을 부여한다.
우리의 동료인 인도 농민들에 따르면 1995년 이후 275만 명의 농민들이 자살했는데 그 원인이 기업적 투입재 의존으로 인한 ‘부채의 덧’ 때문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새로운 농생태학 운동 방식이 이러한 어둠으로부터 희망의 빛을 비추어, 농민들이 마을에 계속해서 머무르고 더 많은 삶을 누리며 지속적으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무예산 자연농업 운동은 인도 농촌지역에 새로운 생명을 주었다.
유럽에서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는 소농 운동의 제안으로 시장을 재지역화하고 화석 연료에 덜 의존적인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며, 지역 경제에 새로운 역동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특히 동유럽에서는 농촌지역으로 돌아가는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농생태학의 새로운 잠재력이 증명되고 있다. 농업개혁과 농생태학을 통한 식량주권을 위한 시장 규제는 또한 값싼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으로 저가 수입물에 의해 고통받는 유럽과 미국의 농민들에게 대안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수년 동안 녹색혁명의 도입을 추진하는 아그라(아프라카 녹색혁명 연대)의 공격을 받아온 말리의 소농과 가족농은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농생태적 생산 방식이 어떻게 식량과 수 백 만 명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자주적 경영을 통해서 어떤 외부 투입재 없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지, 또 지역의 농다양성과 토착 지식을 공유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농생태학은 또한 농촌 청년들이 농촌에 살면서 존엄있는 삶을 유지하며 식량 생산과 공동체를 위한 식량 공급에 계속해서 종사할 수 있게 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농촌 청년들이야말로 미래 제대를 먹여살릴 주체들이다.
지난 20년 동안 비아 캄페시나는 농업 개혁을 위해 강력한 투쟁을 벌여왔으며, 20주년을 맞이하는 이 역사적 시점에서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평가해야 하려고 한다. 브라질 무토지 농민들이 "점령하라, 저항하라, 생산하라!"을 외쳤다면, 전세계 농민들도 토지를 위해 투쟁하고 토지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생태적 농업이 민중들을 먹여살릴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지금은 생산의 시대이다!